지니 스카우터, 그리고 축구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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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2 01:09
요즘 이만한 글을 찾기 힘들죠 개인적으로 끝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아래 댓글들 보다가 기가 막혀서 씁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아라는 가격 대비 괜찮고 문피아는 가격 대비 음...
아래 댓글들 보다가 기가 막혀서 씁니다.
아니 아무리 축구판 돌아가는 걸 모른다 해도 그렇지 최소한의 개연성, 현실성은 가져야 소설아닙니까?
현실 축구판은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즉 자본도 권력이나 명성도 없는 구단이 정상에 오르는건 뭐... 기적이죠... 치트키 써놓고 해도 될까 말까입니다.
게다가 3부리그 구단으로 그런걸 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니 스카우트 능력 써서 죽도록 개고생 해도 10년 걸려 될까 말까죠.
1. 엘리트 축구유망주
골닷컴 선정 세계 탑 50위 유망주를 보면 7~8할이 빅클럽 소속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각국의 최고명문구단 (예를 들어 벨기에의 안더레흐트) 소속이죠. 손흥민, 이강인 등을 봐도 알수 있지만 엘리트 유망주들은 타고난 재능,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교육, 본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애들은 어린 때부터 각구단의 치열한 영입전쟁이 벌어지고 돈과 명성을 통해서 다 빼갑니다. 얼마전 맨시티가 19세 공격 유망주에만 이적료 400억을 썻고, 영입 경쟁은 14,15세 이전부터 이루어 집니다. 그러다 보니 만 17세 이하 유스 레벨에서 노는 애들도 연봉 10억 달라는 게 현실이죠. (참고로 분데스에서 경력 쌓은 구자철이 세후로 10억 정도 받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엘리트들도 10대후반, 20대초반에 빅리그에서 자리 잡는게 무진장 어렵습니다. 빅클럽 소속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구요. 젊은 선수들의 발롱도르라는 골든 보이 어워드 수상자인 스털링이 맨시간후 개털링 소리 듣고 해리 케인, 쿠카쿠 같은 특급재능도 임대생활로 몇년을 뺑뺑이 돌아서 간신히 자리잡았습니다. 임대 돌다가 망가지는 애들은 한둘이 아니구요.
고로 작중에서 양주형이 아무리 지니 스카우트 능력이 있어도 각국의 엘리트 유망주를 뽑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럼 누굴 뽑아오죠? 전세계 뺑뺑이 돌면서 포텐은 높으나 나이 대비 어빌이 떨어지는 흙속의 진주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애들을 프리미어급으로 성장시키려면 5~8년은 걸리죠. 소설이니까 재미를 위해 봐준다고 해도 최소 3년입니다. 근데 소설속에서는 독일, 벨기에의 2부리그 클럽에서 리저브 멤버로 있는 애들을 데려와 반년만에 프리미어리거로 만들고 얘들이 적응기간도 필요없이 준수한 활약을 하다가 그해 마칠때에는 리그 상위권에 국대멤버가 되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장난까? 수준이죠.
2. 유연한 전술?
작가가 전력이 약하니까 이기기 위해서 들고온게 상대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들고 왔습니다. 다채로운 전술적인 변화? 재미있죠? 그런데 현실은 어쩐줄 아세요? 펩이 뮌헨을 이끌때 MSN의 기세가 절정에 오른 바르샤와 챔스에서 격돌하게 되자 전력상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전술변화를 꿰했습니다.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폭망했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전술변화를 하게 되면 필드위의 11명 선수들이 각자 맡은 롤이 달라지게 되는게 모두가 그 역할을 숙지하고 완벽하게 수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고로 상대팀은 금새 허점을 찾아내 공략해서 더 쉽게 무너뜨릴수 있다. 애초에 하던대로 했으면 낮은 확률이지만 이길수도 있고, 적어도 개망신 당하지는 않았을텐데 어설픈 전술변화로 완전히 망했다.
전술의 핵심은 다양성이 아니라 완성도에 있습니다. 감독들이 괜히 특정한 전술을 주로 쓰는게 아니죠. 특정 전술을 쓰려면 그 역할을 잘 수행해줄 선수를 확보하고, 선수들을 데리고 상당한 전술훈련을 해야 완성도가 생깁니다. 밑에 어느분이 콜체스터 애들 훈련은 많이 하더라고 하는데 훈련은 피지컬 트레이닝, 개인기술 훈련, 전술훈련 세가지가 있습니다. 피지컬 트레이닝은 차치하고, 콜체스터의 어리고 아직 기본기도 안 닦인 애들이 개인기술 훈련하기도 바쁜데 전술훈련에 쏟을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게다가 한가지 전술도 아니고 여러가지 전술을 모두 습득한다구요?
경기에 따른 전술변화는 도박수입니다. 보통 리그 중위, 하위권팀들이 최상위권팀을 상대할때 자주 씁니다. 어짜피 그냥해서 질테니 도박이라고 걸어보자는 심정으로 말이죠. 운이 좋아 한경기라도 잡으면 대박이니까요. 물론 그러다 폭망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전력이 낮은 팀이 진거니 개망신까진 아닌거구요.
3. 수비축구?
꼬마와 레스터시티의 활약에 반한 작가가 수비축구를 주로 들고 나옵니다. 수비축구? 컨셉은 좋아요. 보통 돈없는 팀들이 특급 공격재능들을 다수 구하기 힘드니 단단한 수비로 짠물 축구해서 재미를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비축구도 아무나 하는거 아닙니다. 그냥 텐백 돌리면 수비축구로 다 이겨요? 택도 없는 소리죠. 수비축구를 하려면 골키퍼+4백+수미 까지 수준급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월클급 스트라이커 하나를 더해야 되요. 2000년대 중반 첼시의 무리뉴 수비축구가 극에 달했을때 골리는 체흐, 그리고 걸레수비의 대명사 존테리를 중심으로 철의 4백 구축, 그리고 수미는 마케렐레, 에시앙 같은 초특급들. 그래야 가드가 단단해 지고 엄청 두드려 맞으면서 버틸수 있게 됩니다. 꼬마도 디에고 고딘이란 월클 센터백을 중심으로 명장 시메오네가 조직력을 엄청나게 다져놓았고, 레스터시티 역시 2부리그 부터 다듬어진 수비조직력에 깡테라는 특급 수미를 영입해서 수비축구를 만들었죠.
그리고 수비축구는 공격기회가 적고 최전방 공격수가 고립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명의 스트라이커가 초특급이어야 합니다. 왕성한 활동력과 일격 필살로 끝낼수 있는 골 결정력이 필요하죠. 드록바, 그리즈만, 바디 모두 그런 유형의 초특급 스트라이커입니다.
자,, 그럼 양주형네 팀의 수비력은 어떻습니까? 수비축구를 할 수비력이 되요? 수비의 핵심인 아리 리만 이선수가 구멍입니다. 4백라인의 평균 어빌이 140으로 리그 평균인데 커맨더 역할을 해야할 아리 리만이 개인역량도 부족할 뿐 더라 유리몸화 되어 버렸죠. 수비는 조직이고, 커맨더는 수비조직의 핵심입니다. 게임수치로 치면 4백 수비진에 +5 정도 버프를 메길수가 있죠. 근데 아리 리만은 140 초반의 어빌로는 커맨딩 능력을 제외하고 개인수비력은 평균이하로 떨어집니다. 즐라탄의 파워풀한 포스트 플레이, 바디의 순발력과 스피드를 감당 못하죠. 개인 수비력이 평균이하인 선수가 어떻게 리더쉽을 가지고 수비를 지휘해요? 그리고 커맨더는 평소 +5 버프를 준다면 그 선수가 결장했을때는 의지할 선수가 사라져 -10 디버프를 줍니다. 즉 강철체력으로 매경기 나오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예요. 아리 리만은 챔피언쉽에서는 든든한 선수였지만 프리미어 리그 입성후 콜체스터 수비의 심각한 불안요소입니다.
또한 콜체스터 스트라이커가 초초특급이예요? 고립된 상황에서 왕성하게 뛰어다니며 연계 플레이 해주고, 초특급 결정력을 가지고 있어요?
수비축구의 목표는 1:0 으로 이기자인데 현실은 강팀상대로 두드려만 맞다가 0:2 로 집니다.
4. 현실성 있는 모델.
깔거 한두개가 아니지만 소설속에서 이건 말이 되더라 하는 부분을 찾아 칭찬을 해보죠. 앤써니 워즈워스와 다니엘 나이트 두명이 현실적인 모델입니다.
앤써니는 만 16세때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는 유망주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양주형이 보니까 포텐이 제법되고 무척 성실했죠. 이런 애들은 오랜시간 두고 제대로 방향잡고 꾸준히 훈련시키면 언젠가 터집니다. 소설에서는 유스시절부터 시작해 3부, 2부, 1부리그 차근차근 올라오며 실력을 키워서 아주 좋은 선수가 되어가죠.
다니엘 나이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빅클럽 출신 유망주입니다. 그런데 'Missing 19' 이라고 해서 성인무대에서 활약할 시기에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빅클럽에서 뛰지 못하고 임대생활을 시작하죠. 그리고 새로운 팀에 적응못하고, 부상당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망가집니다. 그러나 양주형의 눈에는 일시적인 폼의 하락과 자신감 문제이지 포텐도 좋고, 어빌도 나쁘지 않죠. 그런 선수를 데려와 꾸준히 출장시키며 격려해 주면 다시 기량을 찾고 빠르게 성장할 있습니다.
소설속에는 안 나오지만 하부리그에서 대박을 찾아낼수도 있습니다. 폴란드 리그의 레반톱, 프랑스 2부리그의 깡테가 있죠. 적당한 가격으로 데려온 월클도 있구요. 크로아티아 리그의 루카 모드리치처럼 말이죠.
5. 결론
유스에서 애들 키우려면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했어야 했고, 지니 스카우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망가진 빅클럽 출신 유망주 갱생, 하부리그에 숨겨진 진주 찾기, 적절한 이적으로 재정확보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뭘 해볼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 개그나 하고 착한 사람 놀이만 하면서 준비를 안했으니 나중에 탈이 난거죠.
아니면 애초에 3부리그에서 1부리그 진입까지만 썻으면 그럭저럭 넘어갈수 있었습니다. 훈훈한 개그물로서 인정을 받았겠죠. 그런데 프리미어 리그 박살내고, 챔스에서 맹활약까지 하려다 보니 수습불가 사태가 벌졌고,
뒷수습을 위해 모두 풀포텐까지 성장, 리그적응 기간 무시, 성장속도 10배 가속, 소속 선수들은 드러난 어빌에 +20 추가,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적 지시를 완벽히 소화 라는 얼토당토 않는 무리수가 더해졌습니다.
소설은 아무리 재미를 위한것이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아라는 가격 대비 괜찮고 문피아는 가격 대비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