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쥐가 있다 짧은 발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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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 17:35
거의 기대는 껐지만 천변만화, 록킹피버, 나쁜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김수지 작가의 우집쥐를 다 읽었어.
워낙 자주 언급되는 유명작이라 사놓기는 몇 달 전에 사 놨는데, 유독 책장이 안 넘어가더라. 휴대폰 뷰어 기준으로 4-50페이지 정도 읽다가 계속 손이 안 가서 그냥 묵혀뒀거든. 사실 로설 치고 흔한 설정이 아닌데다 남녀주인공의 매력도 한 방에 와닿지 않아서 몰입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와 동시에 로태기(?)가 와서 한동안은 벨만 읽었고.
그러다가 이번 십오야를 맞아서 노숲에서 자주 나오는 작품들 위주로 로설 벨 둘 다 섞어서 왕창 지르고 책꽂이 정리하고 있는데, 읽다 만 우집쥐가 다시 눈에 들어오는거야. 그래도 돈 주고 샀는데 안 읽기는 뭐해서
몇 장 읽다가 딴짓-> 몇 장 더 읽다가 노숲 -> 몇 장 더 읽다가 출근 -> 몇 장 더 읽다가 집안일......
이런 식으로 건성건성 읽다가 오늘 뭔가 필이 와서 남은 페이지를 한 번에 후루룩 읽어버렸어. 나회원님 해외토린데 지금 현지시간 오전 3시 46분 실화냐...... 다섯 시간도 못 자고 일요일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데 망했어ㅠㅠ
뭐 근데 자는 것도 잊고 정신없이 읽은 것 치고는 과연 이 작품을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좀 의문이긴 해. 재탕을 할 것이냐?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그렇다, 고 대답하기에도 애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이 작품이 별로냐? 하면 그것도 애매...... 그냥 끝까지 이도저도 않은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어.
일단 분명한 건 확실히 김수지 작가가 글을 잘 쓰긴 진짜 잘 쓴다는 거. 남여주 설정부터 극마이너에 글 분위기는 시종일관 어둡기 짝이 없지, 게다가 자칫 한 끗만 엇나가면 세상 혼자 치명적인 척은 다 하는 인소느낌 내지는 중2스러운 설정에 내용일텐데도 그런 생각 별로 들지 않고 잘 읽었어.
게다가 우집쥐 불호글을 보면 남자주인공의 이름이 너무 여자같아서 별로다부터 시작해서 성격이 너무 음습하고 집착이 심하다 이런 류의 남주 불호평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나는 의외로 남주한테 이입해서 잘 봤던 것 같아. 과거를 생각하면 그 맹목적인 감정도 자연스레 이해가 되고. 처연하고 연약하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꽤 맘에 들더라고.
반면에 오히려 여주는 솔직히 자꾸 밀어내기만 하고 남주를 이용해먹는 것 같아서 짜증내고 욕하면서 봤어. 개인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랑 여러모로 너무 닮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이상하게도 현실에서는 그 언니랑 많이 친한데도 세상에 미련 없는 듯 무심하고 초연하게 구는 비슷한 캐릭터에는 정이 안 가더라고. 내가 그 언니랑의 관계 속에서는 박선우 포지션이라 그런가?ㅋㅋㅋㅋ
암튼, 그래도 쭉 읽으면서 마음을 흔드는 구절들은 몇 개 있어서 답지않게 형광펜까지 치면서 봤어.
“……거짓말이에요.”
“밉다는 거 거짓말이야. 당신은, 보잘것없는 나를 구해 줬어요. 죽은 시체 같던 나를, 살아 있게 해 줬어. 그런 당신이 너무 좋아서 줄곧…….”
*****
네 말이 맞았어, 지효야. 네가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만난 사람, 그게 나였잖아. 내가 외로울 때, 네가 내 앞에 왔잖아. 그거로 됐었던 건데…….
*****
“나는 계속 붙잡아 주길 기다렸는데…… 일부러 천천히, 천천히 걸었어. 혹시라도 당신이 쫓아오지는 않을까……. 그러다 길이 엇갈릴 수도 있으니까……. 되돌아갔다가, 다시 걷고……. 또 되돌아가고……. 바보같이.”
암튼 오랫동안 안 읽고 놔둔 책 끝내서 마음이 후련하다. 이제는 다시 차근차근 다른 책들로 넘어가야겠어!
지금은 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