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스토리인데도 신선한 소설 - 에이미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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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02:29
맨유에서는 저럴수도 있죠.
트랜드는 돌고도는법.. 기다려보시져~
[여주물] [판타지] [추리, 미스테리] [로맨스따위 없음]
공작가에 객식구로 얹혀사는 에이미가 소꿉친구인 천재 레슬리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푸념하는 이야기.
- 에이미 엘리스 : 어머니의 재혼으로 험프리 저택에 들어온 지 12년 째 객식구 취급을 받고 있다. 세상을 심각하게 보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아가씨.(뇌가 해맑다는게 아니라 귀족사회에서의 물밑 암투를 꿰뚫지 못하는 단순함) 위기가 밀려오면 울면서 주먹으로 뚫고 나갈 아가씨. 내숭따윈 없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
- 레슬리 폭스 : 에이미의 소꿉친구. 학술원을 졸업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에이미와 성실하게 편지를 주고받는다. 주변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편지에서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에이미의 상황을 간파하고“이 아가씨야 너 지금 이런 상황이라고. 조심 좀 하지 않을래?”라고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웹소설 마니아라도 이 소설은 좀 신선하다고 느낄 겁니다. 서간체 소설이거든요.
서간체 소설은 사건의 전개가 주로 작중 인물 간에 주고받는 편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소설만을 말합니다.
98화의 짧은 화수라서 꺼려질수 있는데, 정말 좋았네요.
다른 소설들처럼 2~300화정도로 길어진다면 복잡해진 사건을 편지로만 풀어가는게 오히려 힘들어졌을거라 생각합니다.
사건의 긴박감은 솔직히 전지적 시점이 더 잘 묘사할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작가님 필력이 좋아서, 캐릭터들이 매력있어서 소소한 재미를 꾸준히 느꼈을 거 같긴 합니다.
편지형식이라서 가끔씩 다른인물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되면 그게 또 색다르고 재밌었습니다.
시점전환이 일어날때마다 '엥 생각하던거랑 좀 다른데...?' 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것도 좋았고요
말투가 가벼운데 소꿉친구끼리 편하게 말한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또 편지에서 '~에게, ~가 씀' 이걸가지고 장난치는게 재밌었습니다. 둘이 친하다는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여주물이 거슬리시면 그냥 남주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편지를 주고받아서 등장횟수는 비슷비슷하거든요.
독특한 구조와 심심한 사건전개 때문에 호불호는 갈릴수 있겠지만 취향맞으면 정말 잘읽힐겁니다.
소소하게 웃을수 있는 소설이니 가볍게 한번쯤 읽어보시는거 추천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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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원 시험에서 올 A+를 맞은 천재 레슬리
걱정해 줘서 고마워. 몸은 다 나았어. 나흘간 죽을 맛이긴 했지만 내가 워낙 건강 체질이라 밥 먹고 약 먹고 잘 잤더니 지금은 쌩쌩해.
너는 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하긴, 잘 지내겠지. 되게 잘 지내는 것 같더라?
A+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어대니 아마 좋은 거라고 생각해. 축하해. 그런데 내가 왜 소꿉친구의 성적을 바이올라를 통해서 들어야 하는지 알려줄래? 한 달에도 몇 번씩 너와 편지를 주고받는데 말이야!
...
그 말을 들으니까 목이 콱 막히더라.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였는데 목이 메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내 방으로 올라와 침대 위에 엎어졌어. 엉엉 울어서 눈이 붕어가 됐다고.
글씨가 엉망인 건 그 때문이야. 꼬장꼬장한 잔소리를 하려거든 답장 따위 안 보내도 좋아.
에이미 ‘붕어’ 엘리스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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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붕어가 됐다고 뻥치는 에이미에게
뻥은 적당히 쳐. 네가 그깟 일로 울었을 리 없지.
다만 입은 새 주둥이가 됐을 거 같구나. 입 집어넣어, 멍청아. 전에 내 성적을 말해 줬을 때 네가 보인 태도 생각 안 나?
“그래 너 잘났다. 밥은 먹고 다니니?”
...
아, 그래도 축하는 고마워.
널 위해 눈높이 교육을 하자면, 학술원 올 A+란 왕실의 신년 무도회에서 일등 신랑감으로 꼽히는 청년들의 춤 신청을 한 아가씨가 독차지하는 것과 비슷한 업적이야.
레슬리 ‘천재’ 폭스가 우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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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짜 덥다. 땀이 뚝뚝 떨어지네. 뭔가 더 쓸까 했지만 이만해야겠어.
학술원은 좀 어떠니? 지난 편지를 보니 여유만만이던데 말이야. 학술원은 잘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은지 궁금하네.
더위에 녹아버린 가엾은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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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서 흐물거리는 에이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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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방 청소를 시작하겠어. 어느 정도 먼지가 편지 봉투에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양해하길 바란다.
청소 요정이 된 레슬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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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괴물 레슬리
지저분한 편지 잘 받았어. 네 편지를 받고 한참 기침한 게 감기 기운 때문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대체 어떻게 했기에 먼지가 편지 봉투에 그렇게 많이 들어간 거야? 설마 편지 봉투를 쓰레기통으로 착각하고 먼지를 쏟아부은 건 아니지?
트랜드는 돌고도는법.. 기다려보시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