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이민
08kOA2vk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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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 15:40
문피아 때려잡다가 문피아 무너지면 그것도 재밌을듯
진짜 잘쓴 글인데 근근히 팔려서 안타깝더군요. 차라리 그냥 프리미엄으로 가는게 나을거같기도 하더군요
나는 감독관이 들어오자 읽고 있던 신문 스크랩북을 가방에 넣었다.
지쳐보이는 얼굴의 감독관은 의자에 앉자마자 심문을 시작했다.
죄송해요. 시차적응때문에...목적이 뭡니까.
이 곳을 떠나려고요.
이유는 뭐죠.
제가 사는 곳은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어요. 부잣집에 태어나지 않는 이상 결혼도 힘들어요.
젊은 사람들이 일할 곳이라곤 불안정한 일자리밖에 없단 말이죠.
그건 모든 곳이 그래요. 다를 게 없을 겁니다.
그래도 꿈을 꿀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이제는 모든 산업의 발달이 끝나가고 있잖아요.
... 그럼 어째서 하고많은 것 중 난민으로 신청을 한 겁니까.
제가 사는 곳은 삭막함이 도를 넘는 곳이에요. 남을 짓누르고 밟아서야 하죠. 부족하면 물어뜯기는 곳이죠.
감독관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다면 안심이 되겠어요?
제가 사는 곳은 그런 걸 알려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죠. 정이 없어요. 정이...
....
거기에 사람들에게 각자의 공간을 인정해줘야 해요. 그걸 지키지 못하면 따돌림을 당하죠. 장난도 함부로 쳤다가는 따돌림을 받습니다.
친구부모에 경찰까지 저를 얼마나 죄인취급했는지 아세요?
선생님은 저를 아예 무시했구요. 게다가 제 선에서 끝난 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왔습니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손가락질을 받았고 아버지는 직장에서 짤리셨지요.
무슨 장난을 치신 겁니까?
친구들끼리 서로 건드리거나 여자애들한테는 놀리기도 하고..다들 그러잖아요? 그쵸?
그래요?
뭐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잖아요. 안 그런가요?
계속 하십시오.
그래서 결국 저희들이 이사를 해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습니다.
아예 정부에서 저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변 마을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결국 제 동생은 힘들다고 어디론가 떠나버렸고 어머니는 자살을 하시고....
아버지는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고 막일하시다가 허리가 부러져서 약도 못 지어먹고 있어요.
사람의 정이 없는...이런.. 지옥과 같은 이 곳에서 제가 난민이 아니면 뭐겠어요?
나는 심호흡을 했다.
도와주세요. 단지 저만이 아니고 제 아이들을 위해서도요. 아내없이 저 혼자 키우고 있답니다.
나는 품 속에서 사진을 꺼냈다. 감독관은 사진을 보았다.
기회가 살아있는 땅이라고 들었어요. 기회를 주세요.
감독관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살기 힘듭니다. 제가 있는 곳은 사람사는 곳이 아니에요.
감독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감독관이 나가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브로커가 말한대로다.
90년대는 확실히 널널한 구석이 있다.
감정에 흔들린 감독관에게 뇌물을 조금 먹이면 허가는 쉽게 떨어질 것이다. 내 신원 위조도 합치면 꽤 많은 돈이 들었지만 할만한 도박이었다.
나는 신문 스크랩북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 마저 읽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신원 추적불가. 경찰은 출국금지함. 경찰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민 가능성 판단.
학폭피해자협회에서는 가해자 시간이민 금지 법안을 촉구.'
'시간 이민 감독을 해당 시대 사람이 맡기에는 허점이 많아.. 현 시대 감독관이 가서 실종자 신원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중'
'특종 르포! 50년전 실종자 현 시대에서 발견'
바보들.
나는 신문을 덮었다.
판교투자는 아직 이를려나.
진짜 잘쓴 글인데 근근히 팔려서 안타깝더군요. 차라리 그냥 프리미엄으로 가는게 나을거같기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