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감상 한줄씩만 부탁드립니다!
Prologue.
건원建元 13년. 가릉대회전에서 참패한 주왕 여록의 자결을 마지막으로 오랜 내전은 마침내 끝을 맞았다.
북원을 몰아내고 대륙을 일통한 선황 홍무제는 불행히도 끝내 후계를 정하지 못했다. 황제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후에 남겨진 것은 다섯 황자와 두 황숙, 그리고 저마다 다른 후계자를 내세운 일곱 공신 사이에서 벌어진 피 튀기는 적자생존의 나날이었다.
어린 나이에 어미를 잃고 그 치열한 황궁의 암투 속에서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남아온 황자. 왜 쟁쟁한 다른 형제들 대신 가장 세력이 약한 자신을 택했느냐는 어린 군주의 질문에 양원은 진실로 답했다.
“불경하기 짝이 없는 말이오나, 전하께서는 아무런 기반도 없기에 역으로 그 진흙탕 속에 발을 담글 필요도 없나이다. 부디 지저분한 일은 전부 소신께 맡기소서. 비난도 증오도 죄업도, 전부 소신이 짊어지고 가겠나이다.”
어차피 내전에 승자란 없다.
누가 최종적인 승자가 되더라도 한번 이어진 원한의 사슬이란 결코 쉬이 끊어지지 않는 법. 내전이 끝난 후 그의 주군 앞에 남겨진 길은 분명 증오와 복수로 점철된 피의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피를 봐야할 일은 전부 자신이 맡는다.
수도 남경을 탈환하여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루고, 치열한 내전 끝에 여섯 가짜 황제들의 목을 날리기까지 장장 1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이는 터무니없는 폭거요! 예로부터 관과 무림은.....!”
“끌고 가라. 다음.”
철혈(鐵血).
황제의 묵인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 양원의 행보에는 일체의 자비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역모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면 신분의 구별 없이 구족을 멸하고 재산을 환수했다. 증거가 없다면 증거를 만들고, 죄가 없다면 모진 고문을 통해서라도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
여섯 봉신을 필두로 그의 손짓 아래 형장의 이슬로 화한 자의 수만 물경 이십 만에 달하니, 인간백정 양원의 죄업은 설령 하늘이 용서해도 사람은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는 저주의 목소리가 도성 내에 공공연히 떠돌았다.
그리고 천하의 혼란이 점차 잦아들고 새로운 질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날.
타닥!
달빛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작은 불똥이 튀었다.
검은 복면에 협봉검. 소리 한 점 없이 담벼락을 타넘은 복면인들은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각자 목표한 지점으로 움직였다.
작은 바람소리가 한번 들려올 때마다 무고한 목숨 하나가 어김없이 스러진다. 신속히 경비를 제거한 복면인들이 작은 별당 하나를 두고 모여들었다.
“종산이더냐.”
“·····예.”
“기척은 지웠으나 살기가 짙다. 그래서야 폐하를 가까이서 모실 수 있겠느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차갑게 식은 땀 한 줄기가 등골을 타고 흘러내린다. 수하들에게 일단 대기하라 수신호를 보낸 복면인이 홀로 문고리를 잡았다. 조촐히 꾸며진 별당 깊숙한 곳에는 흐트러진 차림새로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중년 사내가 있었다.
“백주대낮에 당당히 찾아올 수는 없었던가. 폐하께서도 생각보다 담이 작으시군.”
“·····처음부터 짐작하고 계셨습니까.”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는 이만 퇴장해야지. 슬슬 적당한 때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끝을 앞두고도 마음은 의외로 차분하다.
일평생 전장에 살았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대의를 품고 더 나은 천하를 꿈꿨다. 인간백정이란 악명을 짊어질지언정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남길 말씀은 없으십니까.”
“구차하게 남길 말은 무슨. 술이나 한잔 따라보거라.”
옛 수하에게 마지막 술잔을 받는다. 그렇게 한잔을 단숨에 비우고, 또 한잔을 받았다.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에 지극하기 그지없는 예(禮)가 담겨있다. 오랜 주종 사이에 오고가는 마지막 이별의 의식이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
너무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다.
당시에는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게 과연 사람으로서 올바른 길이었을까. 혹여 더 나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그 길은 언제나 눈앞에 멀쩡히 놓여 있었음에도, 다른 선택지 따윈 없다며 나 스스로가 먼저 눈을 감아버렸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다 부질없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큰절을 올린 복면인이 칼을 치켜든다. 칼등에 비치는 희미한 달빛무리가 유난히도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다. 빼앗기보단 지키는 삶. 어느 누구보다도 사람다운 삶을.’
그것이 양원이 이승에서 떠올린 마지막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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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도련님!”
그리고 깨어났다.
환생좌 2.5 탑매 4~4.5 전생검신 3.5(노블인거 감안) 전생검신은 리뷰글 쓰려다가 갑자기 피곤해져서 쥐쥐... 일단 노블에서 보는 작품이 3개뿐인데 그중 하나임여. 나머지는 인생다시한번, 정치는 생활이다.